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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재관 초대展

작성일
2008.03.13
첨부파일0
조회수
1679
내용
『 김재관 초대展 』

"세상의 신비를 짜는 씨실"

* 2008년 3월 19일(수) ~ 3월 29일(토)

* 장은선 갤러리(02-730-3533)
서울 종로구 경운동 66-11

세상(世上)의 신비를 짜는 씨실

회화를 세계를 향해, 그리고 인간의 영혼을 향해 열려진 하나의 창문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창문에 고정되어있는, 아니 차라리 그 창문만을 바라본다고 말할 수 있을 또 하나의 독자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 특수한 시선에 보이는 것은 창문이 아니라 창문의 격자무늬 창살이다. 또한 이 특수한 시선은 그것을 하나의 사물로 인식하지 않으며,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에 속하는 대상물이나, 외부세계로부터 내면세계를 분리하는 대상물로도 인식하지 않는다. 그 시선은 사상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사고를 가장 심오하게 표현해주는 씨실 자체로 인식한다.

김재관은 그림 그리는 것을,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인 이 씨실을 인식하기 위해 전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화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왜 개인적인가? 이 씨실은 우리 개개인 속에 존재하는 것이며,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현실을 측정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 보편적인가? 각각의 인간은 그 자신 안에 이 격자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에 어떠한 주의도 기울이지 않으며, 그만큼 눈에 보이는 것에만 현혹되어 있고, 세상의 구경거리를 향유하는 데 최선을 다하려하기 때문이다.

김재관의 회화는, 그것이 없다면 어떤 시선도 존재하지 않을, 이 보이지 않는 씨실을 볼 수 있도록 해주려는 시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수직선들과 수평선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로부터 모든 형태들이 탄생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김재관은 어떠어떠한 형태의 탄생을 보여주려 애쓰지 않고, 이 세계의 첫 아침에 우리를 참석시키고자 노력한다.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공간을 탄생시키는 이 움직임 자체를 우리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성은, 두 개의 선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변형과 접근과 분리로부터 이루어지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이 다양한 변형들은 표면을 풍부하게 하는 입김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두 개의 채색된 요소들 사이에 나타나는 은밀하고 다양한 형태들은 이 움직임에 대양(大洋)처럼 깊은 운동성의 깊이를 부여한다. 그런 후 이차원성의 세계가 눈을 뜨게 되면서, 거대하고 무한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 거대한 인간의 시각적인 사상의 깊고 거대한 바다에서 보이는 것은 파도나 물결이 아니라, 연달아 밀려가기 시작하는 평면들이다. 이들은 각기 한 장의 반투명 나뭇잎처럼, 채색된 다른 층으로 침투하며, 동시에 거기서 사라지기도 하고, 솟아오르기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몬드리안이나 말레비치처럼 위대한 화가들의 후계자로서, 김재관은 그의 회화를 통하여 더욱 더 심오한 그 무엇에 우리를 초대한다. 사실, 모든 시선의 조건을 좌우하는 그의 회화 세계에서 말하고자 하는 그만의 은밀한 씨실은 인간의 사고 가운데 가장 은밀한 부분이 느껴질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지적이고 정신적인 것임에도, 몸 전체에 충격을 주는 동력으로서, 이를 통해 그의 사상은 모든 형태의 가능성 자체를 창조한다.

김재관의 회화 세계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은 그가 인간의 사고의 층첩(層疊)과, 그의 전율과, 그의 망설임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우리를 가장 놀라게 하는 것은, 바로 이 형태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세계, 즉 이 원시의 세계가, 그가 창조한 다양한 변형들 자체에 절대적이면서도 동시에 수학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형태들이 사물의 모습을 취하기 이전에, 하나의 씨실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이 세계를 짜는 은밀한 씨실로서,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접할 수 없을 것이다.

김재관의 회화는 가시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신비의 세계를 향해 활짝 열린 하나의 창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세계의 아름다운 비밀을 향해 열린 창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신비와 이러한 비밀은 우리 각자의 마음에 살고 있는 것이며, 우리가 김재관의 작품을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들 덕분이라 하겠다.

쟝 루이 뿌와뜨벵(프랑스, 미술평론가)

(왼쪽부터) 김재관, 김경옥, 제정자, 심재현 선생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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