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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준엽 초대展

작성일
2009.01.28
첨부파일0
조회수
1531
내용

『전준엽 초대展』

* 2009년 2월 4(수) ~ 2월 14(토)
* 장은선 갤러리(02-730-3533)
서울 종로구 경운동 66-11

언제부터인지 우리 미술계에서는 국제주의적 보편 양식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국제 감각을 따르고 있기에 수준이 높고 가치 있는 미술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양식을 따르지 않으면 현대 미술을 모르는 작가로 시대에 뒤떨어진 의미없는 작업을 한다고 평가 절하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국제주의적 보편 양식이라는 것을 들여다 보면 서구의 현대 미술 양식을 말하는 것이지요. 서구적 미감에 의해 만들어진 세련된 형식의 미술이 우리 현대 미술로 통용되면서 우리 미술의 서구 종속화를 심화시켜온 것입니다. 이러한 미술계의 현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실제적인 길은 우리 미감에 의한 미술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5천여년 동안 이 땅의 자연과 생각을 갈고 닦아 만들어온 우리 고유 미감의 우수함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우리 미감의 핵심은 자연에 가깝게 다가선다는 것입니다. 자연스럽다는 말이 친숙한 것도 자연을 닮으려는 우리네 감성 때문입니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이 주는 미감은 친근합니다. 익숙한 만큼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엄마 같은 느낌, 물 같은 느낌, 공기와도 같은 그런 느낌이지요. 가장 소중하고 늘 곁에 있어 왔지만, 의식되지 않는 편안함이 주는 아름다움은 세상의 모든 미감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미감입니다.그런데도 우리는 '현대의 세련미'라는 서구의 미감에 홀려 이것을 버리고 있습니다. 한국 현대 미술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따라서 제 작업은 한국 현대 미술의 안티 테제로부터 출발합니다.

우리 미감을 현대화시키려는 노력이 18년째 이어오고 있는 '빛의 정원에서' 시리즈 입니다. 제 작업의 내용이나 형식은 요즘 우리 미술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흐름에 비추어 보면 시대에 뒤떨어진 촌스럽고도 진부한 것입니다. 우선 평면을 고수하고 있으며, 재료에서도 유화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듯한 형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미술이 형식이나 논리, 아이디어보다는 감성에 충실해야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제 신념 때문입니다.

'빛의 정원에서' 시리즈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것은 우리 미감의 형상화입니다. 여기서 '빛'은 희망을 뜻합니다. 한국적 미감은 밝음, 즉 희망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는 작품은 '풍경'이 중심입니다. 조선조 대표적인 회화 양식인 산수화의구성과 정취를 현대화시키려는 노력의 결과물인 풍경 주제는 눈에 보이는 경치가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경치를 형상화시킨 것입니다. 경치에서 느낀 소리, 향기, 바람, 청량한 기분이나 고즈녁한 정서, 장엄함 또는 역동적인 감정, 몽환적인 느낌 등을 담아보려는 노력의 흔적인 셈이지요.

특히 이번 전시회에 처음 선보이는 '태양'과 '달밤' 시리즈는 키치적으로 보이는 보편적 정서를 고급스런 감성으로 끌어올려 보려는 시도입니다. 일출의 장엄함을 담아보려는 태양시리즈는 동서고금을 통해 검증된 보편적 정서입니다. 그래서 키치적으로까지 보입니다. 달밤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결에 반짝이는 달빛이 그렇게 보입니다. 이런 그림들을 보이는 풍경으로만 그렸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겁니다.그야말로 키치적인 그림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 딴에는 뜻을 담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를테면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태양은 고난을 이겨내고 희망을 찾아가고픈 우리 모두의 마음을 그린 것입니다. 호수에 교교하게 번지는 달빛을 배경 삼아 대금을 부는 사람의 모습에서는 대금의 청아한 소리와 그러한 정서를 즐겼던 선조들의 고급스런 미감을 담아보려는 시도입니다.

회화는 눈으로 소통하는 마음의 언어입니다.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다릅니다. 다른 만큼의 언어가 필요합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어투와 내용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입니다. 회화에서는 이를 독창성이라고 말합니다. 지금은 똑같은 소리의 세련돼 보이는 함성이 세상을 끌고갑니다. 그래도 아직은 작지만 제 소리로 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노트

전준엽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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